일전에 친구와 밥을 먹다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 상담(?)을 좀 했는데, 그 때 나온 이야기. 친구는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든지간에 살인을 하게 되어버리는 그 결정적인 순간에 빠지게 되는 선 한 걸음을 넘을 때의 그 마음, 저울질을 아무리 해봐도 추가 한쪽으로 기울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어 머리가 그대로 굳어버리기 때문에 더이상 뭔가를 생각할 수 없어 답하기가 힘들다고 했는데, 하지만 그게 살인 이야기가 아니라 연애문제가 되면 대체로 어떤 흐름으로 어떻게 굴러가는지 머리쓰면 이해 안 갈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. 나는 완전히 그 반대. 살인이나 폭력의 이야기라면 머리를 굴려 상황을 생각했을 때 이게 어째서 이렇게도 갈 수 있고 저렇게도 갈 수 있는가, 어떻게 선을 넘을 수 있는가 일단은 이해 못할 일이 별로 없는데, 이게 연애 문제가 되면 곳곳에 지뢰밭. 도대체 왜 저기서 저렇게 넘어가며 어디서 어떻게 될 수 있으며 그것이 왜 그렇게 흘러가는가 도통 이해가 안 가는 일이 부지기수. 결국엔 머리가 굳어 생각을 포기하게 되는 일이 발생. 도무지 내 가치관과 사고로는 이해불가한 영역이다. 그래서 우리는 웃고 말았다. 나는 내가 연애하기 힘든(친구들의 말을 빌리면 적어도 일단 한국에서는)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, 진짜로 연애하기 힘들겠단 자각이 새삼 들었다. 하고 싶어 몸살나네 - 하는 건 전혀 아닌데(대체로 귀찮으니까) 할 수 있는 스킬과 기질 수 있는 세상 하나가 희미해지는 게 좀 안타까운 기분이랄까. 그랬다. 실제로 어제는 희진이랑 성남동 page104 갔는데 옆 테이블 커플의 이야기 소리 중 여자 말투며 행동, 목소리가 어찌나 신경 거슬리고 짜증이 나던지 진짜 미칠 지경이었다. 애교를 부리기 때문이 아니고, 그 왜, "오빠 지금 짜증났지. 짜증났잖아. 왜 아니라고 그래? 짜증 났으면서. 내가 화내는 게 싫어? 화내지 말았음 좋겠어? 봐, 짜증났잖아. 아니긴, 짜증 났네 뭐. 짜증났잖아." 어쩌고 이 짓을 반복하는 그런 부류의 그런 케이스. 듣고 있는 내가 짜증이 나 돌아버리겠더만. 희진이가 마침 볼일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우는일이 있어서 그 때 잽싸게 이어폰 꽂고 볼륨 왕창 올려 소음배제했다. 아 진짜 미치게 짜증스러워 돌아버릴 것 같았다. 테이블 엎을 수도 없고 이걸 대체 뭐 어떻게해야 하는겨?; 넷이나 책의 이야기에서만 보던 그런 시시콜콜하게 물고늘어져 '내가 말하지 않아도 넌 내가 원하는 걸 알아채고 그에 상응하는 아니 그 이상의 훌륭한 무언가를 해놔야지!' 하는 부류의 여자를 그렇게 가까이서 직접 접하는 건 첨이라 진짜 뭔가 복합붕괴가 왔었음. 엠피 없었으면 정말 뭔 일이 있었을지;; 생각해보면 자리를 피하면 될 일인데 어젠 일요일이었고 밤이었고 커페 자리는 거기 뿐이었고 돈은 없고 여러가지로 난관이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. 하여간 두 번 다시 그런 여자(남자쪽은 말수를 일부러 더 줄이는 분위기라 남자는 말이 별로 없었음. 풀세트로 저런 커플의 짜증나는 소음 듣게 된 게 아니라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)가 속한 커플과 가까이 있게 되는 경험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. 커플의 한쪽이 혼자 있울 때보다 커플의 양쪽이 같이 있을 때가 짜증도를 9제곱 상승시키는 작용이 있는 듯. 물론 이 모든 짜증은 그 소음이 들리지만 않고 보이지만 않는다면 직간접적 피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나랑 하등 상관도 없고 뭔 일이 있든지 내 알 바 아니라는 건 확실히 밝혀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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